오늘의 아포리즘 (2022년 5월 6일 금) - 선물 (제주 미술관 순례 – 기당미술관 1)

오늘의 아포리즘 (2022년 5월 6일 금) - 선물 (제주 미술관 순례 – 기당미술관 1)

시온 0 2033

오늘의 아포리즘 (202256일 금) - 선물 (제주 미술관 순례 기당미술관 1)

 

2022425~28일까지 제주도 미술관 순례를 다녀왔습니다. 순례하면서 느꼈던 점을 메모했다가 이곳에 정리해서 기록하고 있습니다. 26일 화요일 오전 서귀포 기당미술관을 다녀왔습니다.

기당미술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시립미술관입니다. 기당미술관에는 제가 우리나라의 고흐라고 부르는 바람의 화가 변시지 화백의 작품들이 상설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번 제주도 미술관 순례에서 가장 기대하는 작품입니다. 입장료는 1,000원입니다. 한 마디로 1,000원으로 누리는 호사스러운 행복입니다. 그런데 변시지 화백의 그림을 보기 전에 기당미술관 건물 자체가 특별하고 따뜻하고 아름다웠습니다.

 

기당미술관은 재일교포인 강구범 선생이 일본에서 번 돈을 고향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지은 미술관입니다. 이 미술관을 설계하신 분은 명지대학교 건축학과 김홍식 교수이십니다. 김홍식 교수는 우리나라 전통 가옥을 연구해서 현대 건축 설계에 도입하신 분이십니다.

 

강구범 선생은 김홍식 교수에게 2가지를 부탁하면서 건축 설계를 맡깁니다. 하나는 제주의 자연경관을 훼손하지 않는 건축물을 지어달라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제주의 특성을 담은 건축물을 지어달라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건축 예정지를 방문한 김홍식 교수는 삼매봉 비탈진 공간을 그대로 살리는 눌 형태의 건축물을 마음에 그리게 됩니다. 눌은 묶은 곡식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더미를 의미합니다.

 

곡식더미를 쌓아 올린 둥근 모양으로 설계된 기당미술관은 나선형 지붕과 동선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경사지를 깎거나 다듬지 않고 그대로 살렸고 내부는 우리나라 한옥을 연상시키는 서까래 천장으로 만들어졌고 곳곳에 자연광이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외장재는 제주도에서 나온 현무암을 사용했고 지붕은 제주 초가 느낌을 그대로 살렸습니다.

 

기당미술관의 모습은 가을걷이를 끝내고 편안한 마음으로 쌓아놓은 곡식더미를 바라보는 따뜻한 농부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건축물이었습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제주도에는 김홍식 교수님께서 설계한 건물들이 많았습니다. 기당미술관을 비롯한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성판악 매표소, 제주 제일고등학교 등을 설계했습니다. 또 고미술 전문가인 아내를 위해 제주 저지 예술인마을에 선장헌이란 이름의 아름다운 한옥을 설계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기당미술관 건물을 둘러보면서 한 가지 반성을 했습니다. 제주도에 안도 다디오의 건축물이나 이타미 준의 건축물들에 깊은 관심을 두고 일부러 찾아가 봤는데 정작 우리나라 건축가가 정성껏 설계하고 지은 건물들은 찾아볼 생각도 갖지 않았다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나중에 다시 제주도에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 김홍식 교수님께서 설계하신 건물들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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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당미술관 건물과 변시지 화백의 너무나 귀중한 작품들을 1,000원에 감상하면서 너무나 큰 선물을 받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김홍식 교수와 변시지 화백에게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진 분이 아니란 것입니다.

 

김홍식 교수님은 한국 건축가들 사이에서는 분명 대단한 분이실 겁니다. 변시지 화백도 미술가나 미술평론가 사이에서는 분명 엄청난 분이실 것입니다. 그러나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분들은 아닙니다. 그런데 두 분은 대중의 인지도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분야에서 구도자적인 연구와 노력을 하신 분들입니다. 그래서 두 분의 작품을 만날 때 기대 이상의 감동과 기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진실한 수고와 노력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습니다. 잔꾀로 적당히 문제를 해결하려는 얕은 생각을 버리고 하나님 앞에 선 구도자의 마음으로 제게 주어진 일을 해야겠습니다. 사람들이 수고하고 애쓴 것을 당장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를 쏟아내야겠습니다. 그러면 언젠가 제가 한 설교나 제가 쓴 책이 누군가에게 오늘 제가 느낀 감동처럼 따뜻한 선물로 느껴질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능하신 손 아래에서 겸손하라 때가 되면 너희를 높이시리라 (벧전 5:6)

 

5 네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를 의지하면 그가 이루시고 6 네 의를 빛 같이 나타내시며 네 공의를 정오의 빛 같이 하시리로다 7 여호와 앞에 잠잠하고 참고 기다리라 자기 길이 형통하며 악한 꾀를 이루는 자 때문에 불평하지 말지어다 (37:5-7)

 

나의 영혼아 잠잠히 하나님만 바라라 무릇 나의 소망이 그로부터 나오는도다 (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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