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아포리즘 (2022년 1월 10일 월요일) - 결핍의 축복
오늘의 아포리즘 (2022년 1월 10일 월요일) - 결핍의 축복
제 어머니는 제가 아주 어렸을 때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께서 병원에 계시던 동안 아버지는 하나님께 매달려 간절히 아내를 살려달라고 기도하셨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쉽게도 돌아가셨습니다. 청소년 시절 저는 하나님께 자주 왜 어머니를 그렇게 일찍 데려가셨느냐고 따지듯 물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단 한 번도 제게 왜 어머니를 일찍 데려가셨는지 말씀해주시지 않았습니다.
나이가 44살이 되던 해에 저는 어머니의 얼굴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외삼촌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어머니에 대해 궁금했던 것과 어머니에 대한 자료들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삼촌들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하고 찾아뵙기도 해서 몇 가지 자료를 받았습니다.
둘째 삼촌으로부터 어머니의 사진을 핸드폰으로 받던 날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어느 권사님께서 암으로 병원에 입원 중이셔서 혼자 병원 심방을 갔습니다. 간단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치유 기도를 하려는 순간 카톡이 울렸습니다. 잠시 카톡을 확인했는데 삼촌이 어머니와 아버지 약혼 사진을 보내주셨습니다. 얼른 보고 핸드폰을 내려놓고 아프신 권사님을 위해 기도를 드리는데, 기도를 드리는 도중에 갑자기 주체할 수 없이 계속 눈물이 흘렀습니다.
기도를 받는 권사님도 아픈 자신을 위해 담임목사님께서 저렇게 서럽게 울며 기도해주신다고 생각해서인지 함께 흐느껴 울었습니다. 그런데 미안하게도 저는 어머니의 사진을 처음 보고, 제 속에 꼭꼭 눌려놓았던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이 폭팔한 것이었습니다.
병원 심방을 마치고 목양실로 와서 천천히 제대로 어머니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내 어머니가 이렇게 생기셨다고 생각하며 다시 사진을 보니 또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솟구쳐 올랐습니다. 그날 눈이 퉁퉁 붓도록 울고 또 울었습니다.
저녁에 집에 가기 전에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어머니가 안 계셔서 큰 손해를 보았다고 생각해 왔는데 어머니가 안 계셔서 유익을 본 것은 없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머니의 사진을 보고 처음을 갖게 된 생각입니다.
그날 하나님께서 어머니를 일찍 데려가셔서 제가 얻었던 유익에 대해 노트에 적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습니다. 그러나 잠시 후부터 많은 유익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왜 하나님께서 내 사랑하는 어머니를 일찍 데려가셨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하나님께서 아버지의 간절한 기도를 거절하셨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제 꽤 많은 세월이 흘러 어머니를 일찍 데려가셔서 제가 손해만 본 것이 아니라 유익도 누리게 됐음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하나님께 받은 은혜가 크고 많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를 일찍 데려가신 부분에서는 서운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어머니를 일찍 데려가신 하나님의 결정도 나를 사랑하셨기 때문이란 사실을 일부분이지만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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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서 어머니를 일찍 데려가심으로 내가 누렸던 유익
- 나는 어머니를 향한 결핍으로 하나님을 찾고 찾았습니다. 나의 결핍이 진심으로 하나님을 찾고 찾았던 동력이 되었습니다.
- 나는 어머니가 먼저 가 계신 영원한 나라에 대해 늘 궁금했습니다. 어머니는 나에게 이 땅의 삶이 아닌 영원한 삶을 알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해주셨습니다. 덕분에 신학대학을 졸업한 후에 성경과 신앙서적을 통해 천국과 지옥에 관한 공부를 했습니다. 올해는 다시 죽음과 천국과 지옥에 대해 새롭게 공부를 해보기로 마음을 먹고 있습니다. 제가 천국은 어머니가 계신 곳입니다.
- 나는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을 교회라는 곳에서 많이 해소했습니다. 교회는 어머니가 생각나는 곳이었고 어머니처럼 나를 품어주고 사랑해주고 격려해주었던 곳입니다. 가끔 하나님께서 어머니 대신 교회라는 선물을 주셨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교회는 제게 너무나 좋은 분과 많은 은혜를 입은 곳입니다. 그래서 어머니 덕분에 저는 교회를 깊이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 나는 어머니의 소원이 제가 목회자가 되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때 저는 참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저도 목회자가 되는 것 외에는 다른 소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 나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청소년기를 보냈기에 결손 가정 청소년들과 말이 잘 통합니다. 감사하게도 저를 만난 결손 가정의 청소년 또는 청년 중에서 치유와 회복을 경험한 친구들이 많습니다.
- 나는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기에 젊은 20대 어머니만 기억합니다. 부끄럽게도 아들은 벌써 50대 중반이 되었는데 어머니는 여전히 꽃다운 20대입니다. 젊은 어머니만 기억하는 것도 큰 축복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룻이 이르되 내게 어머니를 떠나며 어머니를 따르지 말고 돌아가라 강권하지 마옵소서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니께서 머무시는 곳에서 나도 머물겠나이다 어머니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시리니 (룻 1:16)
나에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지라 그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 (고후 12:9)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그러나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 (전 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