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아포리즘 (2022년 5월 28일 토요일) - 어른

오늘의 아포리즘 (2022년 5월 28일 토요일) - 어른

시온 0 1375

오늘의 아포리즘 (2022528일 토요일) - 어른

 

요즘 시대를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어른이 사라진 시대.... 저는 50대 중반의 목사입니다. 그런데 저는 스스로 보기에 아직도 철이 들지 않은 어린이 같습니다.

 

최근 화제가 된 특이한 드라마가 하나 있습니다. JTBC에서 방영된 나의 해방일지라는 드라마입니다. 금요일 저녁 청주에서 올라오다 KBS 라디오 토론 프로그램을 들었습니다. 주로 정치에 관한 토론을 많이 하는데 그날은 나의 해방일지라는 드라마에 나오는 말들을 주제로 토론을 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했습니다. 대표적인 단어가 추앙해방이란 말입니다. 그래서 라디오 토론에서 추앙이란 무엇이고 해방이란 무엇이며 왜 이런 단어들이 화제가 되는지에 다루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추앙은 세상에 이미 의미가 다 상실되어 버린 사랑이란 말에 대한 박해영 작가의 대체어인 것 같습니다. ‘해방은 드라마 마지막 편을 보고서 알았습니다. 작고 여리고 약한 어린아이에서 해방되어 강직한 어른이 되는 것입니다.

 

나의 해방일지는 수원 근처 산포시에 사는 3남매와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산포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지명입니다. 그곳에 염기정(이엘), 염창희(이민기), 염미정(김지원) 3남매가 서울로 직장을 다니면서 살아갑니다.

 

아버지는 싱크대 공장을 운영하면서 농사를 짓습니다. 이 가정을 지탱하는 것은 엄마입니다. 엄마는 매일 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간식을 준비합니다. 가족들은 매일 모여 밥을 먹습니다. 드라마 중반에 엄마가 갑자기 죽습니다. 그러자 3남매는 어린아이와 같던 습성에서 해방되어 어른이 되고 독립을 하게 됩니다.

 

어른의 모습을 가진 진짜 어른이 사라진 시대에 이 드라마는 우리에게 이제는 어린아이의 일들을 벗고 어른이 되자고 말합니다. 염창희(이민기)는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어른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너무 주옥같은 대사라 그대로 옮겨봅니다.

 

내가 뭐든지 다 입으로 털잖냐, 그런데 이건 안 털고 싶다. 나만의 묵직함나만 기억하는 나만의 멋짐…… 말하면 이 묵직함이 흩어질 것 같아서 말하고 싶지가 않다. 영원히 나만의 비밀……


이 말들이 막 쏟아지고 싶어서 혀끝까지 왔는데 꾹 밀어 넣게 되는 그 순간…… 그 순간부터 어른이 되는 거다. 내가 이걸 삼키다니 자기에 반하면서…… 나 또 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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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것은 가볍지 않고 무게를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무게를 갖게 된다는 것은 남들이 모르는 비밀을 많이 갖는다는 것입니다. 이때 비밀은 거짓이나 속임수가 아닙니다. 이때 비밀은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고 자랑하고 싶어서 하던 말들을 더는 하지 않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인정이 없어도 다른 사람의 칭찬과 격려가 없어도 홀로 설 수 있는 단단함을 갖추는 것이 바로 어른이 갖는 무게입니다.

 

문득 제가 대학 다닐 때 인기가 있었던 서정윤 시인의 홀로서기라는 시가 생각났습니다. 홀로서기에 이런 부분이 나옵니다.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 서기>를 익혀야 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누군가의 인정과 칭찬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께 받은 나만의 가치를 홀로 묵묵히 추구할 수 있는 무게를 갖는 것입니다. 가볍게 입으로 다 쏟아 내지 않고 묵묵히 조용히 하나님의 뜻을 쫓는 삶을 살 수 있는 성숙의 근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제발 저도 모든 어린아이의 일들을 벗고 이런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말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깨닫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생각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다가 장성한 사람이 되어서는 어린 아이의 일을 버렸노라 (고전 13:11)

 

옳다 인정함을 받는 자는 자기를 칭찬하는 자가 아니요 오직 주께서 칭찬하시는 자니라 (고후 10:18)

 

오직 하나님께 옳게 여기심을 입어 복음을 위탁 받았으니 우리가 이와 같이 말함은 사람을 기쁘게 하려 함이 아니요 오직 우리 마음을 감찰하시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려 함이라 (살전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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