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아포리즘 (2022년 5월 30일 월요일) - 하나님 존재 증명
오늘의 아포리즘 (2022년 5월 30일 월요일) - 하나님 존재 증명
35년 전인 1987년 이병철 회장은 기독교에 대한 질문이 적힌 4장의 종이를 절두산 성당 박희봉 신부님께 전했습니다. 이 종이는 일반에게 알려지지 않았다가 2012년 차동엽 신부님께서 질문에 대한 자기 나름의 답을 책으로 펴내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독교 목사님과 철학자도 질문에 대한 답을 책으로 여러 권 출판을 했습니다. 최근에는 이어령 박사님도 돌아가시기 직전에 질문에 대한 답을 ‘메멘토 모리’라는 책으로 펴내셨습니다.
오늘의 삼성을 세운 창업자 이병철 회장이 죽음에 직면하여 갖게 된 24가지 질문은 누구라도 마음에 품게 되는 질문입니다. 부족하지만 저도 질문 앞에 서서 성경이 알려주는 대답을 이 자리에서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무모한 도전으로 실망스러운 대답을 할까 두려운 마음이 크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일단 도전을 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병철 회장의 질문은 24가지입니다. 그러나 포괄적인 질문들이 많아서 질문을 세분화하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아포리즘에서 세분화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함께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질문 – 하나님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 하나님은 왜 자신의 존재를 똑똑하게 드러내 보이지 않는가?
첫 번째 질문부터 세분된 질문으로 나눠서 대답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나씩 차분하게 나누겠습니다.
1) 인간이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가 ?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망스럽게도 인간은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습니다. 인간이 죄를 범한 이후 인간은 스스로 힘과 노력으로 하나님을 알 수도 만날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로마서 3장 23절입니다.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 (롬 3:23)
죄를 범한 인간이 스스로 하나님께 갈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인간의 편에서 하나님께로 갈 수 있는 모든 길을 막혔습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죄를 범하기 전에 인간은 하나님께로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죄를 범한 이후 죄가 인간과 하나님 사이를 갈라놓았습니다. 인간의 편에서 하나님께로 갈 수 있는 길은 모두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오직 너희 죄악이 너희와 너희 하나님 사이를 갈라 놓았고 너희 죄가 그의 얼굴을 가리어서 너희에게서 듣지 않으시게 함이니라 (사 59:2)
인간이 죄를 범한 이후 하나님은 숨어계십니다. 인간은 숨어계신 하나님을 찾아낼 수도 만날 수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인간이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20세기 스위스를 대표하는 법률가이면서 기독교 신앙에 기초한 사회개혁운동을 펼친 칼 힐티(Carl Hilty)는 이런 고백을 했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이 하나님의 본질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신은 신이 아니고 신을 설명할 수 있는 인간은 인간이 아닙니다.”
어거스틴(Augustine)도 삼단논법으로 인간이 하나님을 증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우쳐 줍니다.
“인간은 유한하지만 하나님은 무한합니다. 유한한 것은 결코 무한한 것을 밝혀낼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유한한 인간이 무한한 하나님을 밝혀낼 수 없습니다.”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 Francis Bacon)도 인간이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렇게 설명해줍니다.
“하나님은 철학의 문제가 아닙니다. 하나님은 철학 바깥에 존재하시기 때문입니다. 철학의 대상은 인간과 우리 눈에 보이는 자연에 한정되어야 합니다. 알지도 못하고, 보이지도 않는 것에 대해 논한다는 것은 없는 돈으로 집을 사겠다는 생각과 같은 것입니다.”
그러자 한 학생이 베이컨에게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그러면 선생님께서는 신이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베이컨은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아닙니다. 나는 신을 믿고 신를 예배합니다. 하지만 지식으로 하나님을 규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우리는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가 아닙니까? 이런 상황에서 하나님을 지식으로 규정하는 것은 정말 위험한 일 아닙니까? 그러므로 나는 하나님을 예배하고 찬양할 뿐이고 하나님을 철학 연구의 대상으로 삼지는 않습니다. 알 수 없는 것에 대해 이론을 전개하겠다는 것은 허공에 뜬 채로 잠을 자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이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해왔습니다. 대표적인 하나님의 존재를 입증하려는 시도는 존재론적 증명, 목적론적 증명, 우주론적 증명 등이 있습니다.
존재론적인 증명은 중세 신학자였던 안셀무스가 주장한 것입니다. 하나님이란 개념을 정의하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존재를 함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안셀무스는 하나님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하나님은 그보다 더 큰 존재를 생각할 수 없는 분입니다.”
안셀무스는 이런 분이 반드시 존재하기에 하나님은 존재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목적론적인 증명은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가 주장한 것입니다. 모든 만물의 질서와 아름다움은 설계자가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는 주장입니다.
우주론적인 증명도 토마스 아퀴나스가 주장한 것입니다. 세상 만물에는 다 원인이 있는데, 최초의 원인자가 바로 하나님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아무것도 스스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런데 모든 것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것을 움직이게 하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은 논리적으로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진짜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할 수는 없었습니다. 임마누엘 칸트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간의 유한성 때문에 무한한 실재인 하나님을 인식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습니다. 죄 때문에 인간이 하나님께로 갈 수 있는 길은 모두 막혔기 때문입니다. 또 유한한 인간이 무한한 하나님의 존재를 밝혀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악인은 그의 교만한 얼굴로 말하기를 여호와께서 이를 감찰하지 아니하신다 하며 그의 모든 사상에 하나님이 없다 하나이다 (시 10:4)
어리석은 자는 그의 마음에 이르기를 하나님이 없다 하는도다 그들은 부패하고 그 행실이 가증하니 선을 행하는 자가 없도다 (시 14:1)
또 내가 하나님의 모든 행사를 살펴 보니 해 아래에서 행해지는 일을 사람이 능히 알아낼 수 없도다 사람이 아무리 애써 알아보려고 할지라도 능히 알지 못하나니 비록 지혜자가 아노라 할지라도 능히 알아내지 못하리로다 (전 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