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아포리즘 (2022년 2월 7일 월요일) - 따뜻한 영혼

오늘의 아포리즘 (2022년 2월 7일 월요일) - 따뜻한 영혼

시온 0 1848

오늘의 아포리즘 (202227일 월요일) - 따뜻한 영혼

 

어제 주일 저녁 50일 기도학교 저녁 기도회를 마치고 목양실에서 내일의 기도회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아내에게서 카톡이 왔습니다.

 

신옥순님의 남편 손낙진님께서 202226일 별세하셨기에 삼가 알려드립니다.

 

아내에게 온 카톡을 제게 재전송해준 것입니다. 손낙진 권사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손낙진 권사님은 제 첫 목회지 충주에서 만난 작은 시골 교회의 재정부장이었습니다.

 

한 사람을 한 마디로 표현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손낙진 권사님은 딱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손낙진 권사님은 영혼이 따뜻한 분입니다. 말이 없는 분을 만나면 대체로 불편합니다. 그런데 손낙진 권사님은 정말 말이 없는 분입니다. 무슨 말을 하면 대답보다 빙그레 웃으시는 분입니다. 정말 말이 없는데 이상하게 불편하지 않습니다. 왜 불편하지 않았는지 오랫동안 그 이유를 몰랐습니다.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알았습니다. 정말 저를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

 

교인 전체가 20명이 안 되는 작은 시골 교회에서 대부분이 노인인 상황에서 손낙진 권사님은 재정부장을 맡으셨습니다. 당시 제 사례비는 40만 원이었습니다. 그러나 재정 상황을 보면 그것에 꽤 많은 것이었습니다. 손낙진 권사님은 젊은 전도사님의 사례비를 40만 원밖에 드릴 수 없는 것을 늘 미안해하셨습니다.

 

늘 미안하고 송구한 마음으로 전달받은 사례비라서 그런지 항상 놀라운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작은 사례비를 받고도 한 달을 부족함 없이 생활했던 것입니다. 부족한 것이 당연한데 이상하게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참 신기하고도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교회가 부흥하자 사례비를 올려주셨습니다. 그때 제일 기뻐했던 분이 바로 손낙진 권사님이십니다. 비록 10만 원을 올랐지만, 사례비를 올릴 수 있게 된 것을 누구보다 기뻐하셨습니다.

 

첫 목회지 충주 용원 방축리 방주교회에 도착했을 때 사택이 초가집이었습니다. 이사를 하던 날 연탄으로 난방하는 초가집으로 들어가면 영영 사택을 지을 수 없겠다는 생각으로 옆에 창고로 쓰던 작은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해 겨울을 작은 방에 이삿짐을 쌓아놓고 작은 전기 라디에이터 하나에 의지해서 보냈습니다.

 

다음 해 봄에 사택을 짓자고 의견을 냈는데 아무도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합니다. 성도들 대부분이 노인들이었는데 노인 집사님들과 권사님들은 정말 돈이 없었습니다. 그때에도 손낙진 권사님께서 농협에서 대출을 받자고 했습니다. 젖소를 키우는 젊은 집사들과 의논해서 가정당 100만 원씩 먼저 약정헌금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해 봄에 초가집 사택을 허물고 이웃 마을에 사는 집 짓는 사람을 불러서 사택을 짓게 되었습니다. 집을 짓는 분은 연습장을 내밀며 아내에게 사택 모형을 그리라는 했습니다. 아내는 ㄱ자 형태로 방 2개에 부엌 겸 거실이 있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래서 사택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농협에서 거금 2,000만원을 빌리고 저희 가정도 헌금하고 교인들도 조금씩 헌금해서 사택을 짓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내와 저도 함께 작업도 하고 직접 페인트도 칠하며 사택 공사를 완공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손낙진 권사님께서 사택을 짓는 동안 배후에서 모든 일이 잘 진행되도록 계속 돕고 있었습니다. 물론 작업을 함께 할 때도 많았습니다.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택 공사가 완성되자 교회에 믿음으로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생겼습니다. 아이들도 늘어나고 청년들도 생기고 충주 시내에서 젊은 가정이 예배를 드리러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택 공사 2년 만에 4,000만원이 넘게 들어간 공사비를 다 갚았습니다. 교인들은 또다시 놀랐고 믿음으로 할 수 있다는 분위기는 더 강해졌습니다.

 

오랫동안 하지 않았던 부흥회를 다시 열었고, 아이들을 위한 여름성경학교와 중학생들을 위한 여름 수련회를 열었습니다. 운전을 배워서 새벽기도회에 차량운행을 시작했고 꽤 많은 분이 새벽기도회를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청년들을 위한 제자훈련도 했고 충주에 사는 젊은 부부의 가정을 매주 방문해서 일대일 제자훈련도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많은 은혜를 베풀어주셨고 보람된 목양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더 큰 교회에서 더 젊은 교인들과 사역을 하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목사 안수를 받고 나니 그런 마음이 더욱 커졌습니다. 큰 교회에서 부목사로 오라는 제안을 받게 되니 그런 마음이 더 간절해졌습니다.

 

교인들에게 서울에 있는 교회로 가서 부목사로 배우고 싶다고 했을 때, 교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도 손낙진 권사님께서 앞장서서 도시로 가서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고 제 처지를 대변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미안하고 송구한 마음을 뒤로하고 부목사로 청빙을 수락했습니다.

 

저는 서울에 있는 교회에 부목사로 부임했고 서울 교회에서 사역하던 목사님께서 방주교회에 부임하셨습니다. 그런 다음 방주교회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교인들에게도 가정에도 많은 어려운 일들이 생겼습니다. 그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저는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내가 조금 더 그 자리를 지켰어야 했는데 내 욕심 때문에 너무 일찍 부목사로 올라온 것은 아닌가 괴로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 마음을 가장 괴롭게 했던 것은 손낙진 권사님께서 후두암에 걸렸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혼자만의 착각이겠지만 제가 조금 더 있어서 교회가 안정됐더라면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 같은 미안함으로 오랫동안 힘들어했습니다.

 

그 후 오랫동안 방주 교회 교인들에게 너무 일찍 부목사로 올라온 것에 대해 사과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특히 손낙진 권사님께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용기가 나지 않아서 망설이다가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 찾아뵈었습니다.

 

바싹 마른 얼굴에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 권사님을 뵙고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제 욕심 때문에 너무 일찍 방주 교회를 떠난 것을 사과할 때, 손낙진 권사님은 눈을 크게 뜨면서 고개를 흔들고 손을 흔들며 저를 꼭 안아주셨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아들이 군대에 가게 되어 아들이 태어나서 그때까지 아들을 사랑해주었던 분들게 감사 인사를 드리는 여행을 갔습니다. 당연히 아들을 가장 많이 사랑해주었던 방주 교회 성도들도 찾아뵈었습니다. 다시 만난 손낙진 권사님은 여전히 바싹 마른 모습이었지만 자기 몫의 일을 하면서 교회를 성실하게 섬기고 계셨습니다. 아들을 보고 반가워하며 꼭 안아주셨던 그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것이 제가 마지막으로 본 손낙진 권사님의 모습입니다.

 

오늘 아침 충주 탄현 장례식장을 찾아서 입관하는 장면을 가족들과 보고 입관 예배를 함께 드렸습니다. 입관 예배 후에 고운 베옷을 입은 앙상하게 마른 권사님의 시신을 뵙고 손을 잡으니 속에서 복받치는 눈물이 나왔습니다.

 

평생 제 허물과 부족함을 따뜻한 사랑으로 품어만 주시고 늘 격려와 위로만 주셨던 거대한 영적인 거인 앞에 저는 너무나 초라했습니다.

 

따뜻한 영혼의 사람 손낙진 권사님!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미안했습니다. 우리 천국에서 꼭 다시 만납시다. 권사님은 제게 참 좋은 믿음의 스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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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사랑은 사람을 위대하게 만듭니다. 예수님의 사랑은 사람을 한결같게 만듭니다. 예수님의 사랑이 빚어낸 인생은 무한한 감동을 줍니다. 주님께서 저도 좀 부끄럽지 않게 사랑으로 새롭게 빚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도 좀 천박한 사랑이 아닌 영혼을 울리는 깊은 사랑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저도 예수님처럼 영혼이 따뜻한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유월절 전에 예수께서 자기가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돌아가실 때가 이른 줄 아시고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니라 (13:1)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13:34)

 

16 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요 내가 너희를 택하여 세웠나니 이는 너희로 가서 열매를 맺게 하고 또 너희 열매가 항상 있게 하여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무엇을 구하든지 다 받게 하려 함이라 17 내가 이것을 너희에게 명함은 너희로 서로 사랑하게 하려 함이라 (15:16-17)

 

그러나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니라 (8:37)

 

사랑에는 거짓이 없나니 악을 미워하고 선에 속하라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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